'박창학'에 해당되는 글 2건
- 2006/12/22 ni volas interparoli (9)
- 2006/05/18 흔들흔들
어젯밤서부터 괜시리 우울해 졌다. 하릴 없는 고3 수험생도 아니고 이게 왠 우울증인지 싶어 1주일에 한두번 운동 삼아 달리는 동네 한바퀴 코스를 헥헥 거리며 뛰고 걷고 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렸다. 초콜릿 하나와 콜라 하나를 사다가 집에서 뒹굴 거리며 먹고 마시고 했는데, 보통은 울적할때 단거 먹으면 좀 풀리나 싶은데, 이건 영 아니올시다. 그래서 오랜만에 컴퓨터를 키고 이것저것 훑더 보니 이짓 마저 청승스럽고 기분은 더욱 울적해지니 그냥 자는게 상책이다 싶어 평소대로 라디오 작게 틀고 자려고 노력했다. 누워서 뒤척 뒤척 하다보니 잠은 안오고, 내가 왜 이리 우울해졌나 원인을 찾게 됐다.
아무래도 스키장에서 굉장히 즐거웠었나 보다. 뭔가 허탈한가 싶어 그랬겠지. 잤다. 한 3시쯤~
출근길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어폰 귀에 꼽고, 책한권 손에 쥐고 덜크덩 거리는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냈다. 회사에 들어가자 마자 PM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월급을 주셨고, , 그리고 기획자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중국출장이 예상 보다 길어 출장팀은 토요일이나 되야 한국에 온다고 하고, 옆에 있던 우영이는 휴가갔다고 하고, 오랜만에 앉은 책상은 괜시리 어색한게 어색해서 어색했다. 뭐냐..ㅡㅡ;; 아무튼 앉아서 컴퓨터를 키고 플밍을 시작 하려고 하는데, 이 우울증은 기우가 아니었는지 머리가 텅비워진거 처럼 아무 생각도 안들고, 그 때부터 시간은 흐르고 나는 뭘 하는지도 모른체 버티다가 버티다가 2시쯤 되서 밥먹으러, 은행가러, 슬그머니 회사를 나왔다. 기획하는 동료와 우울증에 관한 싱거운 대화를 하며 은행에 가고, 짜장면을 먹고, 피도 뽑고(헌혈 했습니다.), 그리고 잤다. 처음에는 10분 정도 잠깐 누울려고 했는데 2시간쯤 지나서 깼다. 노래를 찾아 들었다. ni volas interparoli[니 볼라스 인떼르파롤리] 이제야 좀 우울증이 가시나 싶다. 공용어 아닌 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우리는 대화를 원한다] 라는 뜻. 한결 기분이 풀렸다. 에스페란토어라서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덕분에 정신이 들었고, 덕분에 플밍하며 고민했던 문제를 오늘 해결 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전철역 4호선 동대문 운동장 환승역 구세군 냄비에 세상 태어나서 첨으로 호주머니에 있던 800원을 넣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건전한 행동을 두번이나 했다.
집에 오는 길에 매운 불닭꼬치 하나를 먹는 순간 기분은 좋아졌다. 우울할때는 단거보다는 매운것인가?
하지만, 2002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여전히 소통에 목말라하고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듣는 전 세계의 친구들이여
자, 대답하라. 우리에게 대답하라.
우리는 당신들과 대화를 원한다, 하나의 언어로써.
우리의 목소리를 듣는 모든 이들이여 대답하라.
우리는 당신들과 대화를 원한다, 하나의 언어로써.
대답하라, 라포보에서 대답하라, 엘파소에서 대답하라...
창학님이 쓴 가사다.
노래는 아스트로비츠가 쓰고 불렀다.
노래도 적잖이 좋고.
여튼.
가사의 주인공이 멋있다. 가진거 다 버리고 이 세상 그냥 되는 대로 살다갈래~ 하는 거 같지 않나!!
'이 세상, 지루해'라고 말하며, 가지고 있던것들 다 어딘가에 뿌리고, 무작정 어딘가 떠나고 싶을때 들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나는 어딘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 전혀.. 없다. 아무래도 나는 가진게 없어서 그런듯. 이것저것 많이 갖고 싶다.
칠흙같은 밤 하늘이 조금 뒤엔 밝아 올테니
멈춰 섰던 배들은 이윽고
닻을 끌어 올릴 시간
비어버린 잔 하나를 강물속에 던져 버리고
귀찮은 듯 하품을 삼키며
자, 떠나볼까
뒤뚱뒤뚱 떠내려 가는 작은 조각배 위에 앉아
물결이 뱃머리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저 세상 속으로, 아니 어쩌면 저 세상 밖으로
때로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기웃기웃 거리며
언젠가 또 한번 너와 걸었던 그 강가 가까이
우연히 내가 지나쳐 갈 때까지
흔들흔들
출렁이는 물결 위엔 어느샌가부서지는 햇살
삐걱삐걱 정든 노래처럼
노를 저어볼까
뒤뚱뒤뚱 떠내려 가는 작은 조각배 위에 앉아
물결이 뱃머리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저 세상 속으로, 아니 어쩌면 저 세상 밖으로
때로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기웃기웃 거리며
언젠가 또 한번 너와 걸었던 그 강가 가까이
우연히 내가 지나쳐 갈 때까지
흔들흔들
'뒤뚱뒤뚱 기웃기웃 흔들흔들 삐걱삐걱'
국어 교과서에서나 한꺼번에 볼수 있었던 의태어 의성어
귀에 계속 남는다.
그럼 나도 노를 저어볼까? 어디로..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Prev
